2012. 12. 22.

22일

1. 때가 때인지라 뭔가 하고픈 생각도 먹고픈 생각도 들지 않는다. 설령 그럴 생각이 있다해도(....없지만) 능동적으로 무언가를 해나가기엔 에너지가 모자라다.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솔직히 말하면 안 좋은 게 많이 보이는데 일단 못 본 척하려고 한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침엔 어김없이 해가 뜬다. 이 마당에 넌 기어코 솟아 나와야겠냐. 그렇게 눈치가 없냐. 뜨는 해에 배신감을 느낀다. 넌씨눈 해가 꾸역꾸역, 쓸 데 없이 부지런히, 뜨고지는 바람에 동짓날이 지나갔고 크리스마스도 다가온다.

3. 연휴기간 동안 연명할 고기와 치즈, 야채 몇 가지를 사들고 집에 돌아왔다. 굶어죽진 않을 것이다.

4. Brian McKnight 크리스마스 앨범을 샀다. 아이튠즈에서 9.99달러. 12곡 전곡을 열 두 손가락마냥 똑같이 사랑하는 건 아니다. 내가 닳도록 들은 단 한 곡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하려니 한 곡만 사는 걸론 모자라겠길래.

5. 쌍용차 노동자의 송전탑 고공시위에 대한 방송을 보았다. 그래봐야 소용없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을 거다. 달라지는 척 하다가 더 나빠지겠지. 쏟아부은 희생에 비하면 하잘 것 없는 결과를 놓고 자위하며 정신승리하는 게 답이겠지. 더구나 앞으로는 더 하겠지. 저 사람들의 수고가 너무 헛된 것 같아 다른 의미로 울컥했다. 아무리 고쳐 생각해보려고 해도 낙관적인 기대가 생기지 않는다.
크게 절망한 사람의 사고방식이란 게 이렇다. 몰라서 못 고치는 게 아니다. 내 스스로 깨닫고 있어도 한 동안은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