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11.

나는 자연보호림 가장자리에서 일어난 사건이 나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내 성격이나 특질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가 죄책감에 황폐해져서 내 범죄에 대한 공포로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여전히 예전 그대로였다. ㅇㅇ의 죽음은 내가 발견한 돈과 같았다. 일부러 생각하면 늘 떠올랐다. 그러나 생각하지 않으면 사라졌다. 내가 굳이 그 일을 떠올리지 않는 한, 그 일 때문에 내 평소 생활이 달라진 바는 전혀 없었다. 그 일을 떠올리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140쪽.

내가 울고 있는 동안에도, 내가 가만히 앉아서 숨을 헐떡이는 동안에도, 나는 그런 행동이 아무 의미가 없음을, 내 범죄를 없던 일로 만들 수 없음을, 그 범죄에 대한 내 기분조차 바꿀 수 없음을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저지른 일은 되돌릴 수 없다.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만이 내가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 내가 ㅇㅇ의 죽음을 딛고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허점을 보이면, 비탄은 서서히 후회로 변하고, 후회는 가책으로, 가책은 벌을 받고자 하는 잠행성 욕구로 변할 것이다. 그러면 내 인생은 망가진다. 나는 비탄을 조절하고 억누르고 떼어놓아야 했다.

356쪽.

심플 플랜, 스콧 스미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