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 4. 30.

Nars Schiap comparison (2) Yu

Schiap을 손에 넣었더니 Yu가 발매됐다. 내게 잘 어울리는 색상군이라 안 살 수가 없었다. 실은 이런 색들은 옷에도 얼굴에도 얹고 싶지 않은 색이었는데 근래 얼마나 많이 사들였는지 모르겠군. 내가 좋아하는 젖은 낙엽색, 밤색, 산호목걸이색은 날 늙고 못생긴 얼굴로 만들어버리고 눈이 시린 마젠타와 핫핑크, 블루핑크들은 터무니없이 잘 어울리니 상황에 순응할 수 밖에. 여느 때 같으면 왜 난 이딴 색이 잘 어울리는 거냐 불평했을텐데 핫핑크의 유행이 지속될 전망이라 일단은 살짝 웃어본다.

schiap, yu, dorothy berry
쌍둥이 같은 세 가지 색. 늘 그렇듯 립스틱이랑 나만 알고 관심없는 제3자는 잘 알 수 없을 미묘한 차이. 반응의 정도는 꽤 다르지만 뭘 발라서 왜 다른지 상대는 모른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갈수록 더 파랗고, 더 글로시하고, 더 잘 어울린다.

는 요즘 나오는 틴트 립스틱처럼 입술에 잘 착색된다. 글로시할수록 발색력이 떨어지는 게 보통인데 한 번만 그어도 불투명하게 입술을 채워버린다. 가볍지만 진하게! 도로시베리는 선명하게 반짝이는 대신 살짝 밀리고 비치는 느낌이있고 스키압은 지속성은 좋지만 매트하고 탁한 느낌이 아쉬웠는데 이건 스키압과 도로시베리의 장점을 섞어놓은 듯한 립펜슬이다. 아주 마음에 든다. 카르타고나 멕시칸로즈를 살까말까 무한고민 했었는데 안 사길 잘 했다. 이런 신제품이 나올 줄은 몰랐지. 

2013. 4. 29.

Nars schiap comparison (1)


Nars schiap
툭하면 품절되는 립스틱. 어차피 잘 어울리는 색이니 하나쯤 더 있어도 되겠지 싶어서 예약구매해뒀던 것. 나스는 립펜슬만 사봤지 립스틱은 처음인데 의외로 뚜껑에 자석이 안 붙어있었다. 기름기 묻은 손으로 만지면 얼룩덜룩해지는 뻐덕뻐덕한 질감의 케이스가 마음에 들진 않는다. 게다가 립펜슬에 Yu라는 신제품 핫핑크가 나왔는데 이제와서 이걸 받아오려니 배가 아팠다. Yu는 Schiap보다 더 글로시하고 차가운 색... 결국 주문하긴 했지만;

spellbound, schiap, fuchsia fever
Schiap의 dupe로 거론됐던 색들. 주변 반응이 제일 좋았던 건 spellbound, 제일 예쁘지만 동시에 가장 튀는 색은 fuchsia fever, 제일 무난하고 빨갛고 얌전한 색은 schiap. 나머지색은 따로 기록해 두기로 하고.... 가격과 품질의 고하를 막론하고 예쁜 색이라면 일단 다 사모으는데 확실히 schiap처럼 매트한 립스틱을 살 땐 품질도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 바를 때 뭉치거나 얼룩지지 않고, 입술을 움직였을 때 주름에 끼이지 않고, 음료를 마셔도 잘 지워지지 않고 지워지더라도 색이 예쁘게 빠져나간다. 보기에만 예쁜 립스틱이 아니라 사용하기에도 좋아서 늘상 가방에 넣어갖고 다니면서 쓰게 된다.
다음에 이어서.

2013. 4. 16.

NYX Rouge cream blush Red cheeks + innisfree #2 cherry pink pot

NYX의 새빨간 크림블러셔
레드 블러셔로 이름난 또 다른 블러셔, nars의 exhibit A가 대놓고 오렌지빛 웜레드인데 반해 NYX의 red cheeks는 체리빛 나는 블루베이스의 쿨레드. 손가락으로 푹 찍어서 그어보면 맑고 새빨갛다.
저만큼을 찍었는데 팔뚝 한 뼘을 다 칠하고도 남았다. 첫째로 발색력이 엄청나다는 것. 둘째로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건조한 맨 팔뚝에도 얼룩을 전혀 남기지 않고 고르고 넓게 펴바를 수 있었다는 것. 빨간 크림블러셔가 꼭 필요할까? 빨간 립제품으로 얼마든지 대체가능하지 않을까? 했는데 이리저리 시도해본 끝에 NYX 크림 블러셔의 품질에만 새삼 감탄하고 말았다.   
라벤더와 핑크, 가끔은 로즈를 오가는 지루한 블러셔 패턴에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5년 10년 후를 내다보면 언제까지나 귀여운 핑크 블러셔만 쓸 순 없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답은 레드였나보다. 모두가 거기서 거기인 블러셔 같아도 맑은 레드 블러셔의 색감은 흰색이 섞인 핑크 블러셔와는 확연히 다르다. 장밋빛나는 베네틴트와도 차이가 있다. 과하게 귀여워보이지도 고구마처럼 뜨거워보이지도 않는다는 게 마음에 든다.
손으로 딱 한 번 톡 찍어서 펴발라도 충분히 인형 볼같은 색이 나온다. 50년 동안 매일같이 이것만 써도 다 쓰긴 무리다. 아니 바닥이나 한 번 구경할 수 있다면 좋겠군.

++입술에 발라도 예쁜 색이다. 안나수이 G400류의 물머금은 빨강을 좋아하지만 다홍색 나는 빨강이 얼굴을 잘 살려주질 않아 아쉬웠는데 Red cheeks를 입술에 바르니까 기대했던 그 색이 났다.

비교제품. 이니스프리의 다용도 팟루즈 제품인 체리핑크팟을 블러셔로 사용해봤다. 이름은 체리핑크지만 오히려 진짜 체리핑크는 NYX Red cheeks고 이건 블루베이스의 형광핑크. 매트해서 입술에 쓰면 각질 부각이 심하길래 블러셔 쪽으로 돌렸다. NYX 제품에 비해 썩 고르게 발색되진 않는 편. 피부 위에 오래 올려두지 말고 재빨리 펴발라야 한다.

한동안은 발색력 떨어지는 연한 케익타입 블러셔를 텁텁하게 바르는 게 좋았는데 요즘은 선명하고 채도높은 크림블러셔를 옅고 투명하게 바르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 양조절 요령만 있다면 신세계. 

2013. 4. 11.

나는 자연보호림 가장자리에서 일어난 사건이 나를 변화시킬 것이라고. 내 성격이나 특질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가 죄책감에 황폐해져서 내 범죄에 대한 공포로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변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나는 여전히 예전 그대로였다. ㅇㅇ의 죽음은 내가 발견한 돈과 같았다. 일부러 생각하면 늘 떠올랐다. 그러나 생각하지 않으면 사라졌다. 내가 굳이 그 일을 떠올리지 않는 한, 그 일 때문에 내 평소 생활이 달라진 바는 전혀 없었다. 그 일을 떠올리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140쪽.

내가 울고 있는 동안에도, 내가 가만히 앉아서 숨을 헐떡이는 동안에도, 나는 그런 행동이 아무 의미가 없음을, 내 범죄를 없던 일로 만들 수 없음을, 그 범죄에 대한 내 기분조차 바꿀 수 없음을 깨닫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저지른 일은 되돌릴 수 없다. 그렇게 받아들이는 것만이 내가 계속 살아갈 수 있는 유일한 길, 내가 ㅇㅇ의 죽음을 딛고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허점을 보이면, 비탄은 서서히 후회로 변하고, 후회는 가책으로, 가책은 벌을 받고자 하는 잠행성 욕구로 변할 것이다. 그러면 내 인생은 망가진다. 나는 비탄을 조절하고 억누르고 떼어놓아야 했다.

356쪽.

심플 플랜, 스콧 스미스.